건달과 결혼한 지 3년 만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딸, 부모의 속뜻은 얼마나 다행인지 묻는다

부모의 잔소리 대신, 사랑 이야기를 나누는 게 더 좋겠지

윤지우 기자

February 8, 2025

“모임에서 누굴 만나고 있니?” “이제 결혼할 때가 되지 않았어?” “아이를 가질 계획은 없니?” 설 명절에 가족이 모두 모일 때, 분위기를 한순간에 가라앉힐 수 있는 잔소리의 전형입니다. “잔소리를 하려면 세뱃돈을 주고 하라”는 농담처럼, 이러한 잔소리에도 가격표가 생길 정도입니다. 결혼하지 않는 비율은 증가하고 출산율은 감소하는 시대에, 자식의 연애, 결혼, 출산에 대해 궁금해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부모와 자식 간의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을까요? 세종대학교에서 성과 문화를 가르치는 배정원 교수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을 때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젊은 세대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26년간 성 상담과 성 교육 분야에서 활동해온 배 교수에게 해결책을 찾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는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짝을 지어 데이트를 해보는 과제를 내주어 큰 인기를 끌었으며, 수강신청이 단 3초 만에 마감된 경험도 있다고 합니다.

그의 저서 『배정원의 사랑학 수업』에서는 만남에서부터 관계 형성, 성, 이별까지 실용적인 사랑에 관한 조언을 담고 있습니다. 배 교수는 젊은 세대가 연애와 결혼에 대해 느끼는 중압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그 중압감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결혼은 언제 할 거냐?”라는 질문 대신 다른 방법을 시도해보라고 권합니다. 만약 자녀가 명절에 예비 배우자를 데려왔는데 부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26년 간 상담 전문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녀들과의 소통 방법에 대해서도 상세히 이야기했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가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구보건복지협회 조사에 따르면, 19세에서 34세 사이의 65.5%가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전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급격한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학생들에게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를 물으면 “연애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는 대답이 많습니다.

사랑과 연애를 '비용'으로 여기는 경향이 커진 것이죠. 시간과 돈, 그리고 감정까지 소모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연애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현재 당장 이루어야 할 목표가 많기 때문에 연애로 인해 소모되고 싶지 않은 젊은이들이 많아졌습니다.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개인화가 진행되는 우리 사회에서 결혼은 배우자와 자녀를 책임져야 하는 것으로, 서로를 지속적으로 살펴보는 일이기에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이러한 희생을 피하기 위해 결혼을 '비용'으로 생각하게 되면 더더욱 힘들어집니다. 혼자 사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적 시선도 한 몫 하고 있습니다. ‘내가 나답게 살고 싶어서’ 결혼이나 연애를 선택하지 않게 되는 것이죠.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결혼자금 부족’이라고 합니다. 결혼식 비용만 해도 약 4000만원이 들기 때문에, 월 100만원씩 저축하더라도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립니다.

과거에는 젊은 세대가 집 없이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단칸방이나 반지하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해도 '우리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저성장 시대 속에서 그러한 자신감을 갖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결혼에 대한 조건이 더욱 까다로워졌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삶의 기준이 높아지면서 조건을 비교하고, 자신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자본 중심의 사회로 발전하면서 결혼이 '신뢰 공동체'가 아닌 '경제 공동체'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결혼정보회사의 영향도 큽니다. 결혼정보회사는 배우자의 조건에 따라 등급을 매기고, 그 기준에 휘둘리게 되면 요구 조건이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게 되고 결혼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됩니다. 하나금융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 내 결혼한 신혼부부는 결혼 비용으로 약 2억원을 지출했으며, 결혼 예정자는 평균 2억3000만원을 예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매년 결혼 비용은 약 1000만원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 자녀가 연애와 결혼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걱정이 많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대화해야 할까요? 자녀에게 “결혼은 안 하니?”라고 물으면 아마 불쾌하게 느낄 것입니다. 이런 식의 접근은 자녀에게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대신 부모가 자신의 연애 경험을 자녀에게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배 교수는 ‘결혼 탐색 인터뷰’라는 과제를 통해 학생들이 부모님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연애 시작 과정, 결혼 결심의 계기, 결혼의 의미, 그리고 앞으로의 결혼 생활에 대해 질문하도록 합니다. 이러한 대화의 자리는 자연스럽게 연애와 결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실제로 이 과제를 통해 부모와 자녀의 만족도가 높아졌습니다. 한 학생은 부모님의 관계가 나쁘다고 생각했지만, 인터뷰 후 그들 사이에 신뢰가 깊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또 다른 학생은 결혼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으나, 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부모의 결혼 이야기는 자녀의 결혼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명절에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인 “아이를 언제 낳을 거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아이를 낳는 것은 개인의 결정입니다. 각자의 삶이 있기 때문에, 간섭으로 여겨질 수 있는 이러한 질문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가 아이를 낳지 않는 데는 더욱 사회적인 이유가 큽니다.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경제적 부담이 크고, 출산과 육아를 담당하는 여성들의 경력 단절 문제도 심각합니다. 만약 스웨덴처럼 기업마다 어린이집이 있고, 부모가 자녀가 아플 때 걱정 없이 조퇴할 수 있다면, 왜 아이를 낳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결국 결혼과 육아에 대한 부담을 국가와 사회가 줄여주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프랑스처럼 동거를 제도화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동거인에게 결혼과 동일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동거를 통해 태어난 아이도 국가에서 동일한 지원을 받는다면 출산율도 증가할 것입니다. 만남과 이별의 과정이 그렇게 무겁고 어려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결혼이라는 제도에 얽매이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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