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쇼크가 한국 AI 산업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왔다고 기대해보니 흥미진진해!
이상명 기자
February 8, 2025
딥시크 쇼크, 인공지능 산업의 현황 점검
최근 중국의 ‘딥시크 쇼크’ 사건을 계기로 한국의 인공지능(AI) 산업의 현재 상황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개선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강력한 자본력과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한 독주 체제 속에서, 한국은 AI 시장의 후발주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딥시크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경쟁 환경에서도 미국의 독점적 지위를 흔들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이러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인 한국IDC의 예측에 따르면, 국내 AI 시장 규모는 2023년 2조6123억원에서 2027년에는 4조4636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연평균 14.9%의 성장률에 해당한다.
"인공지능(AI)의 스푸트니크 순간이다."
실리콘밸리의 저명한 투자자인 마크 안드레센은 최근 소셜미디어 X에 "딥시크 R1은 내가 경험한 가장 경이롭고 인상 깊은 혁신 중 하나"라고 언급하며 ‘딥시크 쇼크’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러한 발언은 딥시크의 출현이 전 세계에 미친 충격을 잘 나타내고 있다.
스푸트니크는 1957년 소련이 인류 최초로 발사한 인공위성으로, 이는 미국에 대한 기술적 우위를 상징한다. 과연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이처럼 혁신적일까?
딥시크는 지난달 20일 오픈소스 AI 모델인 ‘딥시크-R1’을 발표하였다. 딥시크는 특정 AI 벤치마크에서 오픈AI의 o1 모델을 초과하는 성능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특히 수학, 논리 문제 및 코딩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딥시크가 아직 미국의 선두주자인 오픈AI를 초월하지는 못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딥시크의 주목받는 가운데 오픈AI는 지난 3일 새로운 AI 검색 및 연구 도구인 ‘딥 리서치’를 출시하여 기술력과 검색 능력의 우위를 강조했다. 현재 가장 어려운 AI 성능 평가로 알려진 ‘인류의 마지막 시험’에서 ‘딥시크-R1’의 정답률은 9.4%인 반면, ‘딥 리서치’는 26.6%로 2.7배 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AI 업계에서는 딥시크가 ‘게임의 규칙’을 바꾸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압도적인 가성비다. 딥시크가 개발 과정에서 제시한 기술 보고서에 따르면, 개발 비용은 약 557만 6000달러, 즉 약 80억원에 달한다. 이는 오픈AI(GPT-4)의 18분의 1, 메타(라마 3.1)의 10분의 1에 해당한다. 이러한 변화는 AI 개발이 단순한 자본 경쟁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뉴욕타임스의 기술 칼럼니스트인 케빈 루즈는 "강력한 칩과 대규모 데이터 센터가 필수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뜨렸다"고 언급하며, 저렴한 AI 시대가 열렸음을 강조했다.
서울대 공대의 이정동 교수는 "미국의 오픈AI가 새로운 기술로 과학적 혁신을 이루었다면, 중국의 딥시크는 효율성을 높인 엔지니어링 혁신을 달성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용 절감에 대한 의구심도 존재한다. 딥시크는 중국으로의 수출이 금지된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 대신 낮은 사양의 H800을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고사양 H100을 우회 구매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스케일 AI의 CEO인 알렉산더 왕은 "딥시크는 약 5만 개의 H100 GPU를 보유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딥시크 쇼크’가 단순한 시작에 불과하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의 특허 관계자는 "미국의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이 딥시크를 공개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발표된 모델 외에 더 확장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픈소스로 공개됨에 따라 새로운 게임 체인저의 출현 가능성도 열렸다.
최근 중국 내 AI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는 지난달 29일 AI 모델인 ‘큐웬 2.5맥스’를 출시했다.
그 다음 날, 바이트댄스는 AI 모델 ‘더우바오 1.5프로’를 공개했다. AI 스타트업들의 활약도 두드러지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수조원에 달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중국 AI 천황’ 또는 ‘작은 호랑이’로 불리는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미국정보혁신재단(ITIF)은 "중국의 AI 기업 영향력이 커져 미국 기업조차 그들을 따르기 시작했다"고 경고했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의하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의 10년 동안 출원된 생성 AI 관련 특허의 약 70%, 즉 3만 8210건이 중국에서 제출되었고, 이는 2위인 미국의 6276건보다 6배 많은 수치에 달한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중국에는 4400개 이상의 AI 기업이 존재한다. 이정동 교수는 "이제 제2의 딥시크가 아니라, 각각의 실험을 진행하는 4000여 개의 AI 기업이 존재한다는 것이 진정으로 두려운 현실"이라고 언급했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AI 발전에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중국의 AI 기업들은 국가 주도로 초기 단계의 과도한 경쟁을 제한하면서,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계속해서 투자하고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승자독식 구조의 미국 기업보다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중국 AI 기업은 검열과 정보 유출 우려 등의 사회주의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